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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㉘ 두꺼비

입력 : 2017-02-27 15:07:00
수정 : 0000-00-00 00:00:00

 
㉘ 두꺼비
  
 

“무사히 두꺼비 됐대.”

 

알 낳을 곳이 없어요 - 연못을 잃은 두꺼비들의 비애


 

서울 변두리 산동네에서 학교를 하기위해 꽤 먼 길을 걸어 다녔다. 꽤 먼 길이 힘들었을 법한데 촌뜨기 어린애 눈에는 참 재미나고 신기한 볼거리가 많았다.

 

가끔 헌 양은 냄비에 두꺼비 두 마리를 넣어서 기름을 낸 것을 파는 것을 봤다. 두꺼비 독이 무좀에 좋다며 산채로 달이는 것이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독때문에 역으로 인간에 의해 살해당하는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아주 먼 옛날에는 콩쥐의 깨진 항아리를 몸으로 막아준 고마운 존재이고, 집안에는 재물과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던 존재였는데...

 

고향으로 다시 오기 전 계양산에서 롯데골프장 반대운동을 할 당시 종종 두꺼비를 만났는데 도통 산란터를 찾을 수 없었다. 한 평 남짓 크기의 작은 ‘신비의 샘’에서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두꺼비 알 한 덩이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봄마다 2~3년을 찾아 헤맨 끝에 찾은 곳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멘트로 만들어진 인근의 낚시터였다. 두꺼비는 다른 개구리류에 비해 넓고 깊은 연못이나 방죽, 저수지 등에 집단적으로 알을 낳는다.

 

파주를 기준으로 경칩 무렵인 3월 초 중순이면 암수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산에서 인근 산란터인 연못으로 이동을 하는데 2키로미터 정도의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 긴 타래 속에 염주 알처럼 길게 이어진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들은 유달리 까만 색이다. 경상도 어느 저수지에서 떼지어 헤엄치는 두꺼비 올챙이들을 보고는 저수지에 ‘괴 물고기떼’가 나타났다고 인터넷에 올라온 일도 있다. 올챙이에서 뒷다리, 앞다리가 나오고 꼬리도 없어져 새끼두꺼비가 되면 물가에 몰려 있다가 비가 오는 날 집단적으로 엄마 아빠가 있는 야산이나 주변 밭 등지로 간다. 알 낳으러 연못으로 떼지어오는 엄마, 아빠 두꺼비들이 경칩 무렵 비 오는 날의 진풍경이라면, 두어 달 지나 모내기 즈음 비오는 날 어른 새끼손톱만한 작은 두꺼비들이 뒤뚱뒤뚱 떼 지어 이동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신비로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양서류중 황소개구리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두꺼비(Bufo bufo gargarizans CANTOR)는 IUCN 적색목록집에 LC등급이며, 국내에서도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다른 개구리종류들과 마찬가지로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허락없이 잡거나 국외로 반출하면 처벌을 받는 귀하신 몸이다. 알을 낳을 넓은 연못이나 방죽, 저수지 등이 사라지고, 야산들은 깎아서 주택이나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적절한 곳이 남아 있어도 이동 길은 시멘트와 아스팔트 길이 그물처럼 펼쳐져 오가는 자동차에 로드킬을 당하기 일쑤이다. 산란철 이동중에는 자동차 한 대에 수십마리가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고향마을 동문리 못말(큰 연못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동네 한가운데 연못이 있다)로 이사 온 뒤 어느 봄날이었다. 엄마가 포토에 씨앗을 심어서는 마당에 한쪽에 비닐을 덮어 놓았다가 해가 더 잘 드는 곳으로 옮기시겠다고 한다. 비닐을 걷고 포트를 들었는데 세상에~ 그 밑에 축 늘어진 두꺼비 서너 마리가 자고 있는 것 아닌가. 알을 낳고는 지쳐서 보온이 잘되는 따듯한 포트 밑에서 봄잠을 자고 있던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뒤 비오는 날 출근하려 현관문을 연 순간 깜짝 놀랐다. 우리 집 마당에 온통 새끼두꺼비들이 오가고 있었다. 우리 동네 연못이 두꺼비들의 집단 산란터였던 것이다.

 

‘난리와도 같이’ 가뭄이 극심했던 재작년, 한 타래 정도의 올챙이들만 살아남았다. 6.25 피난 갈 때 외에는 못말을 떠난 적이 없던 수애할머니가 못말의 연못이 가물어 마르는 것을 평생 처음 봤다고 했을 정도였다. 연못 한 가운데 두어 평 정도 크기로 야트막하게 물이 남아 있을 뿐 연못바닥이 가뭄에 쩍쩍 갈라졌다. 내가 매일같이 두꺼비 올챙이를 보러 연못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을 본 마을 분들은 덩달아 남은 올챙이들이 무사히 두꺼비가 되기를 소망했다. 어느 날 목공아저씨가 올챙이가 모두 사라졌다고 걱정하기에 내가 주변에 새끼 두꺼비들을 찾아서 보여줬더니 이튿날 온 동네에 소문이 났다. “무사히 두꺼비 됐대.”

 

그 가뭄이 지난 작년에도 새끼두꺼비들이 마당에 가득 차는 진풍경을 볼 수 없었다. 알 덩이는 10여 타래에 불과했다. 그렇게 두꺼비들은 사람보다 먼저 뜨거워지는 지구에 위협을 받고 있다.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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